남아공 쓰레기 분리 배출 정책과 재활용 시스템 : 불평등과 환경 위기 속 자원 순환형 사회로의 도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산업화가 진행된 국가이며,
광산, 제조업, 도시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 확장에 따라 생활 폐기물과 산업 폐기물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 문제는 도시 빈민가와 농촌 지역에서 특히 심각하게 나타난다.
2023년 기준, 남아공은 하루 평균 약 10만 톤 이상의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으며,
이 중 약 90%가 여전히 매립 또는 소각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아공 정부는 「국가 폐기물 관리 전략(National Waste Management Strategy, NWMS)」을 중심으로
분리배출 확대, 생산자책임제(EPR), 재활용 기반 일자리 창출, 그리고 공공 교육 강화 등 다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남아공의 분리배출 정책 구조, 현실적 한계, 민간 협력 사례, 사회적 기업 모델,
그리고 한국과의 비교를 통해 환경 불평등 속에서도 지속할 수 있는 자원순환 국가로 도약하려는 남아공의 노력과 과제를 분석한다.
남아공의 폐기물 문제와 정책 개혁 배경
남아공은 인구 약 6,0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특히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 더반 등의 대도시에서는 도시화와 소비 확산으로 인한 폐기물 급증 문제가 심각하다.
산업 폐기물, 전자 폐기물, 생활 폐기물이 뒤섞여 처리되고, 불법 투기와 무단 소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남아공 정부는 2011년부터 '국가 폐기물 관리 전략(NWMS)'을 수립하고,
2020년에는 이를 전면 개정하여 2차 전략(NWMS 2020)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다음과 같은 핵심 목표를 담고 있다.
- 폐기물 발생량 감축
- 분리배출 기반 재활용 확대
- 생산자책임제(EPR)의 법제화
- 폐기물 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특히 정부는 폐기물 문제를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 영역’으로 정의하며,
빈곤층의 고용 확대와 재활용 산업의 활성화를 연계하고자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분리배출 시스템의 구조와 시행 현실
남아공의 분리배출 체계는 3가지 기본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다.
1. 건식 재활용 가능 폐기물 (Dry Recyclables) – 플라스틱, 종이, 금속, 유리 등
2. 습식 폐기물 (Wet Waste) – 음식물, 정원 폐기물 등
3. 위험 폐기물 (Hazardous Waste) – 건전지, 약품, 전자 폐기물 등
공식적으로는 가정과 기업 모두 분리배출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각 지방정부는 색상별 수거통 제공, 분리수거일 고지, 지자체 수거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현실은 제도만큼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 대부분의 가정은 분리배출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고,
- 빈민 지역은 기초 인프라 자체가 부재하며,
- 수거 차량이 수거 후 다시 혼합 처리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남아공의 전체 재활용률은 약 10% 이하로 추정되며,
이는 아프리카 국가 중 상대적으로 높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분리배출 문화 정착을 위해 학교 및 커뮤니티 교육 강화, 시민 캠페인, 인센티브 제공 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지만,
전국적 확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산자책임제(EPR)와 민간 재활용 시스템
남아공은 2021년부터 '생산자책임제(EPR)'를 공식 법제화하고,
일회용 포장재, 전자제품, 타이어 등 9개 주요 품목군에 대해 제조사 및 수입사가 재활용 및 회수 책임을 지도록 의무화했다.
기업은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해 이행할 수 있다.
- 자체 수거 및 재활용 인프라 운영
- 공공 또는 민간 운영의 EPR 프로그램에 기여금 납부
이 제도는 특히 대형 유통업체와 다국적 브랜드에 적용되며,
Coca-Cola South Africa, Pick n Pay, Shoprite 등은 자사 포장재 수거함 설치 및 ‘리사이클 포인트’ 제도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남아공의 민간 재활용 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압축, 병 라벨 제거, 유리 재생산 등을 통해
내수 소비용 재생 자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일부는 해외 수출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비공식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고,
EPR 시행 초기인 만큼 기업의 대응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한계가 있다.
비공식 수거 노동자와 사회적 기업 모델
남아공 폐기물 처리 구조에서 중요한 축은 '비공식 수거인(Informal Waste Pickers)'이다.
이들은 길거리, 매립장, 골목 등을 돌며 폐지, 병, 플라스틱 등을 수거해 민간 재활용 업체에 판매하고 생계를 유지한다.
이들의 활동은 전체 재활용량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적이지만,
공식적인 고용관계가 없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안전과 권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에 대응해 일부 NGO와 사회적 기업은 수거인을 제도권에 통합하는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 Wastepreneurs: 비공식 수거인에게 재활용 교육과 수익 모델 제공
- African Reclaimers Organisation (ARO): 수거인을 위한 노동조합 형성
- REDISA: 타이어 재활용과 수거자 고용을 연계한 순환 경제 플랫폼
이러한 프로젝트는 단순 환경 보호를 넘어, 일자리 창출과 도시 빈민의 경제 자립이라는 복합적 효과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과의 비교 : 정책 성숙도와 사회 기반의 차이
한국은 고도화된 분리배출 정책과 종량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 음식물 RFID 종량제
- AI 기반 자동 재활용 선별 시스템
- 플라스틱 라벨 제거 정책 등을 운영하며, 재활용률 6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남아공은 제도 도입은 이뤄졌지만, 인프라 부족, 시민 교육 미비, 비공식 경제 구조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실행 수준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남아공은 이러한 한계를 역으로 기회로 바꿔, 재활용 기반 일자리 창출, 공동체 기반 자원순환 시스템 등
‘사회적 순환 경제’라는 독자적인 모델을 구축해 가고 있다.
향후 한국과 남아공은
- 기술 협력: 재활용 기술, 스마트 수거 시스템
- 정책 자문: 분리배출 표준화, 인센티브 설계
- 공공 캠페인: 국제 공동 환경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