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2015년부터 주택가를 중심으로 생활 폐기물의 분리배출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환경 정책을 도입한 국가다.
‘분리배출 미실시 시 벌금 부과’라는 강제적 요소를 포함해, 정부는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재활용률 향상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분리배출 실천율은 낮은 편이며, 재활용 인프라 부족과 시민 인식 미비,
비공식 쓰레기 수거업체의 존재 등이 시스템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말레이시아의 분리배출 법제화 과정, 시행 범위와 항목 구성, 재활용 현실, 시민 참여 현황,
그리고 한국 등 선진국과의 비교를 통해 말레이시아 분리배출 정책의 현재와 과제를 상세히 분석해 본다.
말레이시아 분리배출 제도 도입 배경과 시행 지역
말레이시아 정부는 2015년 9월 1일부터 「Solid Waste and Public Cleansing Management Act 2007」에 따라
생활 쓰레기 분리배출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국 시행이 아닌 일부 주(州)에 한정되어 있으며,
실제로는 연방직할령(Wilayah Persekutuan), 말라카(Melaka), 조호르(Johor), 네그리슴빌란(Seremban) 등 7개 지역에서만
강제 분리배출이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의 핵심은 가정과 사업장이 매일 발생하는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품목, 일반 쓰레기, 유해 폐기물로 분류하여 배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처음에는 경고, 이후 벌금(최대 1,000링깃)이 부과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2025년까지 재활용률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2020년 기준 재활용률이 약 30% 미만이며, 시민 참여나 행정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즉, 법적 장치는 마련됐지만
시스템 작동을 위한 하드웨어(수거 시스템, 선별시설, 인센티브 정책 등)는 아직 미흡하다는 점이 문제다.
분리배출 항목 구성 : 단순하지만 인식 확산 부족
말레이시아의 공식 분리배출 항목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 재활용품(Recyclables) – 종이류, 금속, 유리, 플라스틱 등
2. 일반 쓰레기(Residual Waste) – 음식물, 오염된 폐기물, 비닐 등
3. 유해 폐기물(Hazardous Waste) – 건전지, 전자제품, 페인트 등
분리배출은 보통 주택 앞 지정 장소에 비닐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구조이며,
품목별로 색깔을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시민 대부분이 정확한 분리 기준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모든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리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문화가 여전히 만연하다.
또한 고온다습한 기후 특성상, 음식물 쓰레기가 빨리 부패해 재활용 품목까지 오염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학교 교육, 대중매체 홍보, SNS 캠페인을 통해 분리배출 문화를 확산시키려 하고 있지만,
일관된 교육 자료 부재, 홍보 부족, 지방정부 간 협업 미흡 등의 문제로 시민 인식 확산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재활용 인프라의 현황과 문제점 : 비공식 수거업체의 존재
말레이시아의 재활용 시스템에는 '비공식 수거업체(informal waste collectors)'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공식 수거 시스템과는 별도로 도로, 주택가, 재래시장에서 발생하는
재활용품을 선점하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들이 일정 부분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선별 처리와 데이터 수집을 어렵게 만들며, 공식 분리배출 시스템이 자리 잡는 데 큰 방해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재활용품 수거 후처리하는 시설(선별장, 세척장, 가공공장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일부 재활용품은 국내 처리 불가로 해외로 수출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플라스틱은 과거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았으나, 중국의 ‘국민 검역 프로그램(National Sword)’ 이후
말레이시아가 오히려 폐플라스틱 수입국으로 전환되며 환경 문제가 다시 대두되기도 했다.
즉, 정부 주도의 인프라가 취약한 가운데 비공식 시스템과 글로벌 폐기물 산업의 변동성에 휘둘리는 구조가
말레이시아 재활용 정책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시민 참여 현황과 교육의 현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분리배출 법제화 이후,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커리큘럼에 환경 과목을 포함하고,
지역 커뮤니티센터를 통한 캠페인, 재활용 챌린지, 포인트 리워드 시스템 등을 활용해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민들이 분리배출을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벌금이나 제재가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않거나 형식적 단속에 그치는 경우도 많아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농촌 지역이나 빈곤층 거주 지역은 정보 접근성의 한계, 인프라 부족,
쓰레기 수거 자체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분리배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SNS나 방송에서는 분리배출을 권장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용자가 이해하기 쉬운 안내 시스템과 지속적인 피드백 구조가 부족해 시민의 지속적인 실천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과의 비교 : 제도 구축 속도 vs 실행력과 인프라 차이
한국은 쓰레기 분리배출 제도를 1990년대 중반부터 단계적으로 정착시켜 왔으며,
현재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과 고도화된 인프라, 시민 참여율이 높은 상태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2015년부터 제도를 강제화하기 시작했지만,
실행력, 행정 기반, 시민 인식, 그리고 처리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과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음식물 쓰레기 RFID 종량제, EPR 제도, 대형 폐기물 신고제, 스마트 수거 시스템 등
기술 중심 정책을 기반으로 정책 실효성을 높이고 있지만,
말레이시아는 아직 기초 인프라와 참여 문화 자체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가 성공적으로 자원순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지방정부-시민-기업 간 협업, 공공 교육 확대, 디지털 기술 접목,
그리고 무엇보다 “분리배출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질랜드 쓰레기 분리 배출 제도와 재활용 정책 : 자연 보호 국가의 친환경 실천과 제로 웨이스트 도시 전략 (0) | 2025.08.01 |
---|---|
대만 쓰레기 분리 배출 정책과 재활용 시스템 : 전 국민 자원 순환 문화와 쓰레기 없는 도시 전략 (2) | 2025.07.31 |
대한민국 쓰레기 분리 배출 시스템과 재활용 정책 : 세계 최고 수준의 행정 기반과 기술 중심 구조 (0) | 2025.07.30 |
중국 쓰레기 분리 배출 제도와 재활용 정책 : 국가 주도형 분류 강제 정책과 도시 별 격차의 현실 (0) | 2025.07.30 |
노르웨이 쓰레기 분리 배출 시스템과 재활용 정책 : 유럽 최고의 보증금 환급제(DRS)와 시민 참여 기반 정책 (2) | 2025.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