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싱가포르 쓰레기 분리 배출 시스템과 제로웨이스트 정책 : 도시 국가의 청결전략

jiablog 2025. 7. 28. 21:22

싱가포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청결한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거리는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며, 공공장소에서는 침 뱉기나 껌을 씹는 것도 금지될 정도로 위생 관리가 철저하다.

이러한 이미지를 가능하게 만든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국가 차원의 쓰레기 관리 시스템과 강력한 벌금 제도,

그리고 최근 들어 강조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전략이다.

하지만 의외로 싱가포르의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은 매우 단순하며,

그 구조는 한국이나 유럽 국가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싱가포르의 분리배출 체계, 벌금 정책, 소각 중심 처리 방식, 제로웨이스트 로드맵,

그리고 한국과의 비교까지 다각도로 분석해 본다.

도시국가로서 공간이 제한된 조건 속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레기를 관리하는 싱가포르의 전략은

자원순환 정책의 또 다른 모델로 참고할 가치가 충분하다.

 

싱가포르의 분리 배출 시스템
싱가포르 쓰레기 분리 배출

 

 

싱가포르의 기본 분리배출 구조 :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시스템

싱가포르의 분리배출 시스템은 매우 단순하다.
일반 가정과 상업시설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대체로 재활용품과 일반 쓰레기로만 구분된다.

일반 쓰레기는 회색 봉투에 담아 배출하며, 각 아파트 단지의 지정된 수거함으로 운반된다.

반면 재활용품은 파란색 커버가 있는 재활용 통에 담는다.

이 통은 싱가포르 전역에 약 2만 개 이상 설치되어 있으며,

종이, 플라스틱, 캔, 병, 종이 팩 등을 함께 넣을 수 있는 '혼합 수거 방식(commingled recycling)'을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항목별로 복잡하게 분리하는 대신,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단순화된 구조’를 선택한 것이다.

재활용품은 이후 민간 재활용 업체가 수거한 뒤, 자동화 설비를 통해 분류되며, 오염된 품목은 폐기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분류의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참여율은 높이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싱가포르는 다인종, 다언어 국가이기 때문에 시스템이 복잡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최대한 단순화된 구조로 접근하고 있다.

 

 

강력한 벌금 정책과 법률 중심의 청결 유지 시스템

싱가포르 하면 ‘벌금의 나라’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쓰레기 관리에 있어 강력한 법에 따른 제재를 가하고 있다.

공공장소에 쓰레기를 버릴 경우 최대 2,000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2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며,

반복 위반자는 '사회봉사 명령(Corrective Work Order, CWO)'을 통해 직접 거리 청소를 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처벌을 넘어서, 시민들에게 책임감을 체험적으로 인식시키는 방식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층 아파트에서 쓰레기를 창밖으로 던지는 행위, 분리배출 규정 위반, 불법투기 등에도 엄격한 처벌이 적용된다.

이런 제도는 시민들로 하여금 공공장소와 공동생활공간에서의 청결 유지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쓰레기 투기 자체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며,

청결한 거리는 개인의 자부심으로 이어지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소각 중심의 폐기물 처리 구조와 그 한계

싱가포르는 국토가 작고, 매립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소각 중심의 폐기물 처리 구조를 택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4개의 대형 소각장이 있으며, 하루 약 8,000톤 이상의 쓰레기를 고온 소각하여 처리한다.

소각을 통해 발생한 열은 전기 생산에 활용되며, 일부는 인근 지역의 산업용 열로 재공급된다.

이처럼 쓰레기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은 도시국가에 매우 적합한 폐기물 처리 방법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소각 후 발생하는 '잿더미(Incineration Ash)'는 여전히 매립이 필요하며,

이는 싱가포르 해상에 위치한 ‘세마카우(Semakau) 매립지’로 운반된다.

이 매립지는 2035년 전후로 포화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제로웨이스트’ 전략을 가속화하는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단순한 소각 중심 시스템은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소각량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마스터플랜 : 싱가포르의 장기 전략

2019년, 싱가포르 정부는 “제로웨이스트 마스터플랜(Zero Waste Masterplan)”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국가 폐기물 재활용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계획은 다음 4가지 핵심 전략으로 구성된다.

1. 식품 쓰레기 감축 및 바이오 처리 확대

2. 건설폐기물 및 산업폐기물 재활용 인프라 강화

3. 전자폐기물 EPR 제도 도입 (생산자 책임제)

4. 시민 대상 교육과 기업 인센티브 제공

특히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2024년부터 점진적으로 식당, 호텔, 슈퍼마켓에 감축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를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전자폐기물은 2021년부터 '생산자 책임제(EPR)'를 도입하여, 제조사와 수입업자가 폐기물 회수 및 재활용을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경제 구조 자체를 순환형으로 전환하려는 정책 방향을 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소규모 국가로서 공간과 자원이 부족한 현실을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과 비교 : 분리배출 방식과 정책 방향의 차이

한국은 쓰레기 분리배출 항목이 매우 세분되어 있으며, RFID 기술을 활용한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의약품·건전지·형광등 등

특수 폐기물 수거 체계 등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국가다.

반면 싱가포르는 항목 수는 적지만, 시민의 자율성과 벌금 중심 통제, 공간 제약에 맞춘 효율성 중심 구조가 특징이다.

한국은 기술 기반과 규제 중심이 강하지만, 일부 시민들의 분리배출 실천율이 낮은 편이며,

재활용 후 처리 과정의 투명성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반면 싱가포르는 시스템이 단순하지만, 시민 의식과 행정 집행력이 매우 강력하여 실제 실행률이 높다.

또한 싱가포르는 소각 중심의 처리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기적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이다.

예를 들어 잿더미 처리 문제, 소각 후 잔재물의 자원화,

도시 공간 내 재활용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은 양국이 협력하거나 상호 벤치마킹할 수 있는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