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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글로벌 해양 폐기물 감축 정책 비교

by jia82 2025. 9. 24.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는 인류 생존의 근간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양의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이 유입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최소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며, 2050년에는 바닷속 플라스틱의 양이 물고기의 총량을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오염 문제를 넘어, 해양 생태계 붕괴, 어업 기반 위협, 인류 식탁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직결되는 심각한 사안이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해양 폐기물 감축 정책을 추진해 왔다. 대표적으로 국제해사기구(IMO)의 MARPOL 협약, 유엔의 플라스틱 오염 종식 협약(협상 진행 중) 등이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도 각기 다른 접근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드는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EU, 미국, 아시아 주요국(한국, 일본, 인도네시아)의 해양 폐기물 감축 정책을 비교 분석한다. 각국이 플라스틱 프리 오션을 목표로 어떤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성과와 한계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앞으로 해양 쓰레기 관리 정책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해양 폐기물 감축 정책
해양 폐기물 감축 정책

 

EU - 법제화와 국제 리더십

EU는 해양 폐기물 감축에 있어 세계적으로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EU는 '2019년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ingle-Use Plastics Directive)'을 채택해, 플라스틱 빨대·면봉·식기류 등 10종의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는 단순히 육상 쓰레기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해양으로 유입되는 폐기물의 근원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진다. 또한 EU는 '확장생산자책임제(EPR)'를 통해 어업 도구(그물·밧줄 등) 폐기물 처리 비용을 생산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이는 바다에 버려지는 ‘유령어업 장비(ghost gear)’ 문제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국제적으로도 EU는 ‘플라스틱 협약’ 논의를 주도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사용 혹은 재활용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규제와 국제 협력 주도권 덕분에 EU는 해양 폐기물 문제 해결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 지역 중심의 자율적 접근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통일된 해양 폐기물 감축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주와 지방정부가 개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는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와 보증금 반환제(DRS)를 도입해 플라스틱 회수율을 높이고 있으며, 하와이주는 바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해양 플라스틱 수거 프로젝트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또한 민간 기업과 NGO의 참여가 활발하다. 예를 들어, ‘오션 클린업(The Ocean Cleanup)’ 프로젝트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를 정화하기 위해 첨단 장비를 활용하고 있으며, 민간 모금과 정부 지원이 결합된 모델로 운영된다. 하지만 미국의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이다. 일부 주는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지만, 다른 주에서는 여전히 플라스틱 사용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장기적으로 연방 차원의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드는 지역이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 플라스틱의 60% 이상이 아시아에서 배출된다. 이 때문에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주요국은 각각의 방식으로 해양 폐기물 감축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와 연계해 ‘해양 폐기물 제로화’를 선언했다. 어업 장비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바다에 버려지는 어구를 줄이고 있으며,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5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해양 플라스틱 자원순환 전략(2019)’을 발표해, 재사용과 재활용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기업 중심의 자발적 협약이 많으며, 기술 혁신을 통한 플라스틱 대체 소재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해양 플라스틱 배출량 세계 최상위 국가 중 하나로 꼽히며, 2025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70% 줄이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국제 원조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강력한 행정적 규제를 병행한다.

아시아의 공통점은 해양 쓰레기 발생량이 많지만 정책적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국제협력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플라스틱 프리 오션을 향한 글로벌 협력의 필요성

글로벌 해양 폐기물 감축 정책을 비교해 보면, EU는 법제화 중심, 미국은 자율성과 민간 혁신 중심, 아시아는 행정적 규제와 국제협력 중심이라는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같다. 바로 “플라스틱 프리 오션(Plastic Free Ocean)”이다.

정책적으로 중요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발생 원천 차단이 최우선 과제다.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 자체를 줄이지 않는다면, 바다는 결국 쓰레기로 뒤덮일 수밖에 없다.
둘째, 국제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해양 쓰레기는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만 노력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셋째, 기술 혁신과 시민 참여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회수 기술, 대체 소재, 스마트 수거 시스템과 같은 혁신은 물론, 소비자의 생활 습관 변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은 EU의 법제화 모델, 미국의 민간 혁신, 인도네시아의 적극적 국제협력 사례를 모두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동북아 해양 환경 관리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플라스틱 프리 오션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지구 생태계와 인류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