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과 생활폐기물 문제는 전 세계적인 환경 위기로 떠올랐지만, 아프리카 대륙은 특히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빠른 도시화와 인구 증가로 인해 폐기물 배출량은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제도가 부족해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은 전체 폐기물 배출량의 5~10%만을 재활용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몇몇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쓰레기 분리배출 정책과 자원순환 시스템을 도입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케냐, 남아공, 나이지리아, 르완다, 이집트는 서로 다른 경제·사회적 배경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의 분리배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케냐와 르완다는 강력한 플라스틱 금지법을 통해 오염을 줄이고 있으며, 남아공은 비교적 체계적인 재활용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대규모 도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주도형 재활용 모델을 발전시키는 중이며, 이집트는 정부와 국제 원조 기관의 협력을 통해 현대적인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확립하려 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아프리카 5개국의 분리배출 정책과 전략을 비교·분석하여, 각국의 강점과 한계를 살펴보고 향후 아프리카 대륙이 나아가야 할 자원순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케냐 :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비닐봉지 금지 정책
케냐는 2017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비닐봉지 금지법을 시행한 국가로 유명하다. 해당 법안은 비닐봉지를 제조·수입·사용할 경우 최대 3,800만 원(약 3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정책으로 인해 케냐의 도심과 농촌 지역에서 비닐봉지 쓰레기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체재 부족과 분리배출 시스템의 미비다.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면서 일부 소비자와 상인들은 불법 밀거래 시장을 통해 여전히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생활폐기물에 대한 분리배출 시스템은 거의 확립되지 않았다. 대신 NGO와 지역 커뮤니티가 주도하는 ‘재활용 수거 캠페인’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이는 시민 의식을 높이고 플라스틱병 회수율을 높이는 데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케냐의 사례는 강력한 법적 규제의 효과와 동시에,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분리배출 문화가 자리 잡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남아공 :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는 분리배출 모델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발전된 재활용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 같은 대도시에서는 정부와 민간 기업이 협력하여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특히 'PET Recycling Company (PETCO)'와 같은 민간 주체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PETCO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모델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음료 제조업체가 펀드를 조성하고 이 자금을 재활용 인프라 확충과 시민 교육에 활용한다. 그 결과 남아공의 페트병 회수율은 아프리카 평균을 훨씬 웃도는 6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쓰레기 분리배출 인프라가 부족하고, 불법 매립이나 노천 소각이 빈번하다.
따라서 남아공의 도전은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 해소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점진적으로 전국 단위 분리배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 민간 혁신이 주도하는 분리배출
아프리카 최대 인구를 보유한 나이지리아는 매일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배출한다. 라고스(Lagos) 같은 대도시는 급격한 인구 증가와 산업화로 인해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분리배출 시스템은 매우 취약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민간 주도의 혁신적인 회수 모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트업 Wecyclers다. 이 회사는 저소득 지역 주민들에게 폐플라스틱과 캔을 수거해 오면 휴대폰 크레딧이나 생활용품과 교환해 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한다. 이러한 모델은 시민 참여를 자극하고, 동시에 비공식 재활용 노동자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나이지리아의 도전 과제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부족이다. 민간의 혁신이 활발하더라도, 분리배출과 재활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성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르완다 : ‘청결한 아프리카의 기적’
르완다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모범적인 환경 관리 국가로 꼽힌다. 2008년 아프리카 최초로 비닐봉지 전면 금지 정책을 시행했으며, 수도 키갈리(Kigali)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라는 별칭을 얻었다.
르완다의 특징은 단순한 법적 금지에 그치지 않고, 전 국민 참여형 환경 운동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우무간다(Umuganda)’라는 국가적 봉사활동의 날이 있는데, 이날 시민들은 지역 사회 청소와 재활용품 분리 활동에 참여한다. 이러한 문화적·사회적 참여 모델은 분리배출을 생활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르완다 역시 산업화가 아직 미약해 재활용 인프라 부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분리된 쓰레기가 고부가가치 재활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향후 국제 협력과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이집트 : 정부 주도의 현대적 분리배출 체계 확립
이집트는 북아프리카 최대 국가로, 오랫동안 ‘자발린(Zabbaleen)’이라 불리는 비공식 폐기물 수거 공동체에 의존해 왔다. 이들은 쓰레기를 수거하고 비공식적으로 분리·재활용했지만, 위생과 안전 문제가 심각했다. 최근 이집트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대적 분리배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카이로에서는 ‘스마트 쓰레기통’이 도입되었고, 시민들이 분리배출을 하면 포인트를 적립 받을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도 시험 운영 중이다. 또한 유럽연합(EU)과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폐기물 처리 시설을 현대화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회수율을 높이는 것을 국가적 목표로 설정했다.
이집트의 도전은 전통적 시스템과 현대적 시스템의 병행이다. 기존의 비공식 수거 공동체와 정부의 현대적 제도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앞으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아프리카 5개국의 분리배출 정책을 비교해 보면, 각국의 상황과 전략이 뚜렷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케냐와 르완다는 강력한 플라스틱 금지 정책을 통해 즉각적인 효과를 거두었으며, 르완다는 시민 참여형 모델을 통해 장기적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남아공은 민간 기업과 정부의 협력 모델을 통해 가장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나이지리아는 민간 혁신이 분리배출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이집트는 정부와 국제 원조를 결합해 현대적인 회수 체계를 마련 중이다.
아프리카의 분리배출 정책은 여전히 한계가 많지만, 각국의 경험은 자원순환 전략이 단순히 경제력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의지, 시민 참여, 민간 혁신이 결합할 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향후 아프리카는 국제 협력과 기술 교류를 통해 보다 지속 가능한 분리배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vs 태국 분리 배출 비교 분석 (2) | 2025.08.31 |
---|---|
한국 vs 독일 재활용 비교 분석 (0) | 2025.08.30 |
세계 플라스틱 회수 정책 비교 (1) | 2025.08.28 |
남미 자원 순환 정책 비교 분석 (2) | 2025.08.27 |
동남아 분리 배출 정책 비교 분석 (0) | 2025.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