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류가 직면한 환경 위기 중 심각하게 논의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미세플라스틱 오염이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5mm 이하인 플라스틱 조각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포장재·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섬유·타이어 마모 물질·화장품 첨가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환경으로 배출된다. 특히 이 미세한 입자들은 하수처리 시설에서도 완전히 걸러지지 않고 결국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며, 해양 생태계뿐 아니라 인간의 식수와 식량 체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는 매주 약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신용카드 한 장 무게에 해당한다. 이 충격적인 수치는 미세플라스틱이 더 이상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건강 위협으로까지 번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법적 규제와 기술적 대안을 마련해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유럽연합(EU), 미국, 한국과 일본, 중국, 그리고 국제 협력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규제 정책을 비교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각국의 대응 전략 차이를 살펴보고, 해양오염을 줄이기 위한 글로벌 협력의 필요성과 향후 정책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유럽연합(EU)의 선도적 규제 정책
유럽연합은 미세플라스틱 규제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법적 틀을 구축한 지역이다. 2019년 EU는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ingle-Use Plastics Directive)을 채택하여 빨대, 면봉, 식기류 등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금지했으며, 이후 점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원천적 차단에 나섰다.
특히 EU는 2022년 유럽화학물질청(ECHA)을 통해, 화장품·세제·농업용 비료 등에 사용되는 의도적 미세플라스틱 첨가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약 50만 톤의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섬유를 줄이기 위해, 2025년부터는 세탁기 제조사에 미세플라스틱 필터 장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유럽은 규제와 함께 기업 혁신을 유도하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류업계에서는 폴리에스터 대신 친환경 섬유를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농업 분야에서는 코팅 비료 대신 생분해성 소재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EU의 정책은 강력한 법 제도와 친환경 산업 지원을 결합한 선진형 자원순환 모델이라 평가된다.
미국 - 자율 규제와 주(州) 중심 대응
미국은 연방 차원의 미세플라스틱 규제가 다소 느리지만, 주 단위에서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제정된 '마이크로비드 제거법(Microbead-Free Waters Act)'이다. 이 법은 세안제와 치약 등 퍼스널케어 제품에 포함된 플라스틱 마이크로비드 사용을 금지했으며, 이후 다른 주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제한과 하수처리 기준 강화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022년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배출 감소 법안(Plastic Pollution Reduction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포장재 기업들에게 재활용 가능 소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2032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25% 줄이도록 규정한다. 또한 미세플라스틱 연구와 해양 모니터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여,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연방 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규제보다는 민간 기업의 자율 혁신과 시장 기반의 해결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의류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미세섬유 저감 기술을 개발하거나, 필터 제조업체들이 세탁기용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상용화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미국은 규제보다는 산업 혁신 중심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 - 기술 기반 해결책 모색
한국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특히 민감한 국가로, 2021년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 방지법’을 개정해 미세플라스틱 규제 근거를 마련했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의도적 미세플라스틱 첨가를 전면 금지하고, 세탁기용 미세플라스틱 저감 필터 의무화를 검토 중이다. 또한 한국은 세계 최초로 미세플라스틱 하수처리 기술을 개발해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는 해양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전담 연구소를 확대 설립했다.
일본은 규제 속도는 느리지만, 기술적 혁신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2018년 ‘플라스틱 자원 순환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2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섬유산업에서 발생하는 미세섬유를 줄이기 위해, 섬유 가공 단계에서의 방출 억제 기술과 세탁망·필터 보급을 추진 중이다. 또한 도쿄만 등 해양에서 수거된 미세플라스틱을 활용한 신소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기술 기반 해결책에 강점을 가진 국가로, 규제보다는 연구개발 및 산업화 전략을 통해 해양오염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 - 국가 주도 규제와 관리 체계
중국은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으로, 미세플라스틱 문제 역시 심각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20년 ‘플라스틱 오염 통제 지침’을 발표하고, 비닐봉지·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했다. 또한 화장품에 포함된 마이크로비드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해양 오염 관리 차원에서 연안 지역의 플라스틱 배출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중국의 특징은 ‘대규모 국가 주도 관리 체계’다. 정부는 각 지방정부에 미세플라스틱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고, 주요 하천과 연안에서의 수질 검사를 강화한다. 또한 5개년 계획에 미세플라스틱 저감 목표를 포함해, 중앙정부가 정책 방향을 정하고 지방정부가 실행하는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다만 중국의 문제점은 실행력과 투명성 부족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비공식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여전히 대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배출량 통계의 신뢰성 부족이 지적된다. 그런데도 대규모 인프라와 정부의 강력한 개입 덕분에, 중국은 빠른 속도로 미세플라스틱 규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제 협력과 미래 전망
미세플라스틱은 국경을 초월하는 문제이므로, 개별 국가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다양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UNEA)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 협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2024년까지 구속력 있는 국제 조약으로 발전할 예정이다. 이 협약은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생산·소비·폐기·재활용)를 관리하는 최초의 글로벌 규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전망된다.
- 원천 차단: 의도적 미세플라스틱 사용 금지, 대체 소재 개발 가속화.
- 기술 혁신: 세탁기 필터, 하수처리 고도화, 해양 플라스틱 회수 장비 확대.
- 산업 전환: 섬유·화장품·농업 등 미세플라스틱 다량 배출 산업에서 친환경 소재 전환.
- 국제 표준화: 배출량 측정 기준, 관리 체계의 글로벌 통일.
미세플라스틱 규제 정책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유럽은 강력한 규제와 산업 전환을, 미국은 민간 혁신 중심을, 아시아는 기술 기반과 국가 주도형을 특징으로 한다. 앞으로 해양오염 대응 전략은 이 세 가지 방향성을 조화롭게 결합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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