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러시아 쓰레기 분리 배출 정책과 재활용 시스템 : 광활한 국토 속 저 재활용 국가의 환경 전환 시도

jiablog 2025. 8. 7. 09:30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국토 면적을 가진 나라로,

풍부한 천연자원과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 정책 측면에서는 여전히 후발 주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쓰레기 처리와 재활용 분야에서는 선진국 대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23년 기준, 러시아의 전체 생활 폐기물 재활용률은 10% 이하에 머물고 있으며, 대다수의 쓰레기가 매립되거나 비위생적인 방식으로 소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러시아 정부는 최근 몇 년간 **국가 폐기물 개혁 정책(MSW Reform)**을 통해 분리배출 체계 도입, 재활용 인프라 확충, 생산자책임제(EPR) 등을 도입하며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러시아 분리배출 정책의 배경, 시스템 구조, 지역별 격차, 민간 협력 사례, 그리고 한국과의 비교를 통해 광활한 국토와 낮은 재활용률 속에서도 친환경 사회로 전환하려는 러시아의 현실과 과제를 조명한다.

 

러시아의 분리 배출 시스템
러시아 쓰레기 분리 배출

 

 

러시아 쓰레기 문제의 배경과 폐기물 정책 개혁

러시아는 하루 평균 약 '7만 톤 이상의 생활 폐기물(MSW)'을 배출하며, 이 중 약 90%가 매립지로 직행하고 있다.
수도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는 쓰레기 배출량이 급증하는 반면,
지방 중소도시는 수거 체계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19년,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형 폐기물 관리 개혁(MSW Reform)’을 전격 시행했다.
이 개혁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핵심 축으로 구성된다.
- 분리배출 시스템 도입: 플라스틱, 종이, 유리 등 기본 분류 체계 마련
- 재활용 인프라 확충: 지역별 재활용 공장 및 선별센터 건립
- 생산자책임제(EPR) 도입: 기업이 자사 포장재 회수 및 재활용 책임
- 지역 수거 운영사(RSO) 선정: 지방정부가 지정 수거회사를 통해 관리

특히 ‘친환경 러시아(Eco Russia)’ 프로젝트는 전국에 걸쳐 환경교육, 청년 캠페인, 친환경 제품 소비 촉진 운동을 병행하면서
정부 중심의 일방향 정책에서 벗어나 시민 참여를 통한 환경 혁신 구조로 나아가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분리배출 체계와 현실적 한계

러시아의 공식 분리배출 체계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2가지 또는 3가지 분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1. 건식 쓰레기(Dry Waste) – 플라스틱, 종이, 금속, 유리 등 재활용 가능 자원
2. 습식 쓰레기(Wet Waste) – 음식물, 오염된 포장재, 일반 쓰레기
3. 위해 폐기물(Hazardous Waste) – 건전지, 전자제품, 화학류(일부 지역만 운영)

일부 지역은 ‘단일 분리수거 통(2-Stream System)’, 즉 재활용/비 재활용으로만 나누는 방식이며,
대도시에서는 색상별 분리수거함(파란색, 초록색, 회색 등)을 도입해 다중 분리 체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책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 시민의 분리배출 인식이 낮고,
- 수거업체는 분리수거된 폐기물을 다시 섞어 처리하는 경우도 많으며,
- 재활용 공장도 지역 불균형이 심해, 수거된 자원이 최종적으로 매립되는 경우도 많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 교육 의무화, 공공기관 분리배출 선도 운영, 공익 캠페인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민 실천율과 시스템 운영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

 

 

 

민간기업 및 NGO와의 협력 : 새로운 변화의 시도

최근 러시아 내에서는 민간 기업과 NGO 주도의 자원순환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민간 프로젝트로는 Sfera Ekologii(환경의 영역), Sobirator(수거자) 같은 스타트업이 있다.

이들은 재활용품 수거를 전문으로 하며,
- 온라인 예약 수거 시스템
- 모바일 포인트 적립 앱
분리배출 가이드북 배포 등을 통해 일반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유명 대형 유통업체인 Magnit와 X5 Retail Group 등은
점포 내 플라스틱병, 알루미늄 캔, 전자 폐기물 수거함을 설치하고,
재활용 포인트 제공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친환경 소비’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환경 NGO인 Greenpeace Russia도 ‘Zero Waste Russia’ 캠페인을 통해
학교 및 가정 대상 환경 교육,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청소년 그린 챌린지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민간과 시민이 주도하는 하향식 변화가 제도보다 빠르게 확산되는 것이 러시아의 또 다른 특징이다.

 

 

 

플라스틱 규제와 ‘순환 경제 전략’ 도입 현황

러시아는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나라였지만,
2021년 이후 유럽의 규제 흐름과 자국 내 시민 요구에 따라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정책을 점진적으로 도입 중이다.

주요 조치로는 다음과 같다.
-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 빨대, 포장재 단계적 금지(2022~2025 계획)
- 플라스틱 제조사 대상 EPR(생산자책임제) 확대
-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환경세 부과 검토
- 재생 플라스틱 사용 의무 비율 제시

더불어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2022년 ‘2030 순환 경제 전략(Circular Economy Roadmap)’을 발표하며,
자원 낭비 감소, 폐기물 에너지화, 산업별 재활용 기준 설정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책 시행력 부족, 기업 저항, 소비자 인식 미흡 등으로 실효성 면에서 많은 도전과 과제가 남아 있다.

 

 

 

한국과의 비교 : 제도 성숙도 vs 구조 개혁 초기 단계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정교하고 고도화된 분리배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 투명 페트병 라벨 제거
- RFID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 AI 기반 자원 선별기 도입
등 기술 및 행정 양면에서 글로벌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반면 러시아는 분리배출과 재활용 분야에서 아직 초기 단계지만,
- 광대한 국토와 인프라 불균형
- 전통적인 매립 중심 처리 구조
시민 실천 기반 미성숙 등 현실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러시아는 제도 도입 → 민간 참여 유도 → 시민 실천 확산이라는 3단계 전환 구조를 추진 중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순환 경제 기반 자원국가 모델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