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집트 쓰레기 분리 배출 정책과 재활용 시스템 : 카이로의 쓰레기 산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도시로

jiablog 2025. 8. 8. 15:32

이집트는 아프리카와 중동을 잇는 전략적 위치에 있는 국가로, 1억 명 이상의 인구가 집중된 북아프리카 최대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급속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 그리고 정책 부재로 인해 쓰레기 처리 문제는 이집트의 주요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도 카이로에서는 하루 2만 톤이 넘는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량이 불법 매립되거나 야외에서 소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 오염, 수질 오염, 건강 피해가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환경 불평등이 극심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집트 정부는 최근 「고형 폐기물 관리법(Solid Waste Management Law)」을 통과시키고,

분리배출 의무화, 재활용 산업 육성, 민간 부문 협력을 통해 자원 순환형 사회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집트의 쓰레기 문제의 현황, 분리배출 시스템 구조, ‘자발라(Zabbaleen)’라는 독특한 재활용 문화, 민간 협력 사례,

그리고 한국과의 비교를 통해 이집트의 자원순환 전략과 환경 혁신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집트의 분리 배출 시스템
이집트 쓰레기 분리 배출

 

 

이집트의 폐기물 문제 : 인구 증가와 시스템 부재의 충돌

이집트는 인구가 급증하며 도시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쓰레기 처리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심각한 환경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3년 기준, 이집트는 하루 평균 약 9만 톤 이상의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으며,
이 중 재활용되는 양은 15% 미만, 대부분은 매립되거나 비공식 방식으로 소각 처리된다.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기즈 같은 대도시에서는 폐기물 수거율이 60%를 넘기 어려운 지역도 많으며,
수많은 가정과 상점에서는 쓰레기를 인근 공터나 하수구에 무단 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집트 정부는 2020년 「고형 폐기물 관리법」을 통과시키고,
전국적인 분리배출 및 재활용 시스템 개편에 나섰다. 

이 법은 공공과 민간의 협력, 국제기구의 기술지원, 시민참여 확대를 통해
자원순환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확립하고자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예산 부족, 관료주의, 지역 간 격차 등으로 인해 정책 집행력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분리배출 시스템의 구조와 정부 추진 방향

이집트의 분리배출 체계는 법적으로 다음과 같은 4가지 분류로 나뉜다.
1. 재활용 가능 폐기물 – 종이, 플라스틱, 금속, 유리 등
2. 유기성 폐기물 – 음식물, 정원 쓰레기
3. 위험 폐기물 – 건전지, 폐 약품, 전자제품
4. 건설·산업 폐기물 – 콘크리트, 철근, 화학물질 등


이 분류 체계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공 수거함 색상 통일, 수거 일정 안내 앱, 지자체-기업 간 분담 시스템을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고소득 주거 단지나 상업 지역에서는 민간 위탁업체가 정기 수거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생활 폐기물의 50% 이상을 분리배출 체계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병행 중이다.
- 지방 정부에 폐기물 관리 예산 이양
- 민간 업체 참여 확대 (PPP 모델)
- 교육기관 중심의 환경교육 강화
- 분리배출 우수 가정 인센티브 제공

그러나 일반 시민의 환경 의식이 낮고, 실제로 분리 배출된 폐기물도 최종 처리 단계에서 다시 혼합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 확보가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자발라(Zabbaleen) 시스템 : 이집트 고유의 비공식 재활용 네트워크

이집트에서는 ‘자발라(Zabbaleen)’이라 불리는 기독교계 가난한 수거인 공동체가

오랜 세월 카이로 지역의 비공식 쓰레기 수거를 담당해 왔다.
그들은 가정에서 직접 쓰레기를 수거해 분류·재활용하며, 일부는 동물 사료나 장식품 등으로 업사이클링하는 활동도 한다.

이 시스템은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 인프라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측면이 있으며,
실제로 이집트 전체 재활용량의 약 80% 이상을 자발라가 처리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자발라 공동체는 쓰레기 분리, 수거, 재활용, 판매까지 하나의 순환형 경제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그 과정에서 수천 명의 비공식 고용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데 소극적이었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서구식 민간 수거회사 도입을 추진하면서 자발라의 역할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많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자발라 모델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간 협력과 국제 파트너십 모델

이집트는 환경 분야에서 민간기업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다.
- UNDP 이집트-쓰레기 가치화 프로젝트: NGO 및 지방 정부와 함께 소규모 재활용 센터 설치
- Nestlé Egypt: 생산자책임제 일환으로 포장재 수거함 운영 및 재활용 교육 진행
- Coca-Cola Egypt: PET병 회수 및 재활용 보상제 실험

또한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폐기물 선별 기술, 소각 발전소 운영 노하우, 플라스틱 감축 캠페인 등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카이로 북부에 최초의 ‘스마트 재활용 공장’이 건설되어,
자동 선별 시스템과 디지털 모니터링 기술이 적용된 모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들이 도심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있고, 전체 국가 차원의 확산성과 지속 가능성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과의 비교 : 기술 인프라 vs 사회 기반 분리배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체계적인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을 갖춘 국가로 평가받는다.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AI 재활용 분류기, 고도화된 소각 기술, 주민 참여 기반의 제도화 등은
높은 실효성과 재활용률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이집트는 분리배출 제도를 도입했지만,
- 인프라 부족
- 시민 인식 미비
- 제도와 현실의 괴리
- 비공식 경제 의존도
등으로 인해 실제 실행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자발라 시스템, 민간 협력 확대, 국제기구 연계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이집트는 ‘기술 도입 중심’보다는 사회 기반의 실천 모델 강화라는 접근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재활용률을 끌어올리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이집트와 함께 기술·제도적 협력을 통해

- 플라스틱 라벨 제거 기술
- 스마트 선별 시스템
- 환경 교육 콘텐츠 교류
등을 수행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글로벌 자원순환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